국내외 항공기서 보조 배터리 관련 사고 잇따라
배터리 갯수 제한 등 전자제품 규정 공론화 필요성
별도 용기 등에 보이도록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

지난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 휴대용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기내 뒷편 선반에서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이 이어졌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됐던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 사고가 국내외서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부에서 보조 배터리에서 비롯된 화재가 화재가 난 바 있다. 당시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곧바로 연기를 진압했지만 보조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 1명은 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이 연기를 바로 꺼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고, 승객 273명을 태운 항공기는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2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했다.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는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이 좌석에 옮겨붙었고, 비행기 이륙은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카메라나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장비의 경우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항공기 반입이 가능하다. 보조배터리와 관련해선 리튬메탈배터리는 리튬 함량이 2g 이하,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이하인 경우에만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전자기기들이 생활 필수품이 된 만큼 반입 금지는 사실상 어렵지만 안전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등 전자제품에 대한 규정을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터와 같이 휴대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라대 항공서비스학과 최판호 교수는 “갯수를 제한하는 동시에 별도 투명 용기에 보관하는 등 보이게 반입하는 것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