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송영길 1심 징역 2년…'민주당 돈봉투 의혹' 무죄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전 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봉투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돈봉투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1월 초 기소된 지 4개월여 뒤인 5월 30일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으나 이날 1심 실형 선고에 따라 보석이 취소돼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구속상태에서 휴대전화 3대를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과 관련해 "임의성에 대한 의문이 제출된 증거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며 "이정근이 휴대전화 3대 안의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 범위 제한 없이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돈봉투 관련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포함해 적어도 이정근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중 알선수재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절차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물"이라며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이라는 명목하에 영장주의를 벗어나 법리에 적용받지 않는 증거 수집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한 번 임의제출 받으면 어떤 사건에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법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소각장 인·허가권과 관련해 청탁을 받았다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먹사연을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먹사연은 정당이나 후원회에 준해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고 후원자들이 후원한 돈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것"이라며 "이어 (송 대표는) 먹사연의 활동으로 인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향유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 송 대표가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후원을 유도하는 등 먹사연의 활동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먹사연 관련 압수물은 모두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해 얻은 것들"이라며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13년 12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13년 12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송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2021년 3∼4월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당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월 4일 기소됐다. 그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정치활동을 지원·보좌하는 외곽조직인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기업인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송 대표의 징역 9년(뇌물 6년·정당법 위반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검찰은 송 대표가 '먹사연'을 통해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법인인 먹사연으로 기부를 유도해 정치자금법 규제를 탈피하는 등 후원금 한도 규제 회피를 위한 탈법적 수단을 사용했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은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하고 제공해 당 대표에 당선됐고, 이 범행의 최대 수혜자"라며 "경선 과정에서 당선을 위해 부외 선거자금이 수수되고 사용되는 것을 승인·용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건은 국회의원 매표를 위해 윤관석에게 돈봉투 20개, 총 6000만원이 제공된 사안"이라며 "금품을 제공한 경위와 동기, 액수도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송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먹사연은 정책연구조직"이라며 "먹사연의 회계에 대해서는 제가 보고받은 사실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해서도 "이미 대의원 투표가 진행되고 선거의 반이 지나간 날에 매표하겠다고 돈봉투를 나눠준다는 말이냐"며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선거사무실에 누가 돈봉투를 갖고 오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대표 측 변호인도 "먹사연은 정당이나 선거조직과 인적·물적 유대관계가 있지 않다"며 "먹사연의 후원금은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당대회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해서도 송 대표가 금품 제공을 보고받았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증거는 이정근 씨의 법정진술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연루돼 지금까지 기소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은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된 사안도 있고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 송 대표 당선을 위해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당내 현역 의원들 살포용 돈봉투 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윤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민주당 허종식 의원,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도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