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시인의 본질 꿰뚫어 맥락 바로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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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룡 문학평론가 구모룡 문학평론가

주관적인 감상문이나 논문에 가까운 글을 먼저 배제하였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하여 텍스트를 징발하는 방식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텍스트의 분석과 해석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 게 평론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기준으로 남겨진 글이 ‘재현 불가능성의 경계를 넘어갈 수 있을까?’, ‘시간의 틈, 일상의 기록: 왕빙의 카메라가 드러내는 신체의 해방’, ‘실패의 윤리와 불완전함의 미학: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비극적 감각’, ‘오노마토페, ‘흰’’, ‘주프락시코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 등이다. 앞의 셋이 영화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였다면 뒤의 셋은 문학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였다.

‘오노마토페, ‘흰’’과 ‘주프락시코프’는 텍스트의 결을 살려 그 신체에 육박하려는 글쓰기의 파격을 보였으나 실험적인 운용이나 인용의 과잉이 안심을 주지 않았다. 다소 이론 검증에 기운 ‘재현 불가능성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와 달리 ‘시간의 틈, 일상의 기록’과 ‘실패의 윤리와 불완전함의 미학’은 영화 텍스트의 내부와 외부에 교차하는 시차(視差)를 매우 세심하게 분석하면서 여러 선후의 텍스트를 비교하며 읽는 방법을 통하여 수준 높은 글쓰기를 보여 주었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는 가까운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창적인 모험으로 떠올랐다 미래파라는 하나의 유파로 휩쓸려 가버린 황병승의 시를 되묻고 바로 세우려 한 글로, 난해의 장벽을 넘어서 해석하고 시인의 시적 본질과 변모를 제대로 설명하여 그 맥락을 바로 세워 주었는데, 신인다운 패기를 더하여 이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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