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원한 지 한 달도 안 돼 휴업…무슨 일?
개원 27일 만에 휴업…입원환자 내보내
“병상 확대 미허가” 군에 휴업 원인 돌려
군 “의료에 편법 없어” 휴업 적절성 조사
지난달 10일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 개원한 ‘하동한국병원’이 돌연 휴업에 들어가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치료받던 입원환자까지 내보냈는데 휴업 원인을 놓고 한국병원과 하동군이 진실공방이 벌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하동군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하동한국병원은 지난달 30일 군에 휴업신청서를 제출한 뒤 지난 7일 자로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개원한 지 불과 27일 만이다.
하동한국병원은 개원 당시 지역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인 하동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하던 새하동병원이 문을 닫은 지 2년여 만에 새 민간병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동한국병원은 기존 새하동병원을 인수해 개원했는데, 당시 전문의 1명·일반의 1명·한의사1명·간호사 10여 명·30병상 규모로 출발했다. 진료 과목으로는 가정의학과·내과·신경과·신경외과·외과 등 군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과목을 갖췄다.
지역에 ‘2차 병원’으로 하동우리들병원이 있지만 정신과 치료 중심이다 보니 실제 군민 의료복지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진료과목을 갖춘 2차 병원이 문을 열어 기대가 컸는데, 불과 한 달 만에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하동한국병원은 휴업 원인을 하동군에 돌리고 있다. 하동한국병원은 앞서 개원 과정에서부터 홍역을 치렀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데 하동한국병원의 대표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군은 개선을 요구했고, 개원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30병상을 100병상으로 늘리기 위해 확대 신청을 했는데 이마저도 조건 미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동한국병원은 하동군이 앞서 개설자 자격문제로 개원을 지연시켰고, 이번에는 병상 확대 신청도 받아주지 않아 휴업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동한국병원 최석문 원장은 호소문을 내고 “개원 시 이사 사임서를 제출하면 법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데, 도청에 이사 사임서 신고까지 했다. 그런데 법인 등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 개설 신청서를 받지 않았고 개원이 3주간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환자 수는 증가했고 하동군은 노인 수가 많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많은 실정이다. 하동한국병원은 병상수가 30병상밖에 되지 않아 환자들을 입원시키지 못하고 있어 병상수 확대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동군도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군은 법률 자문 결과를 근거로 이를 불가하다고 판단했고, 그 당시 하동한국병원은 소방안전확인서와 일부 시설 개보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서류 제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군은 하동한국병원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 시 법정처리일 보다 3일 단축해 허가했다”고 밝혔다.
병상 확대 신청 반려에 대해서도 병원 측의 법 위반을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라 100병상 기준으로 최소 의사 5명, 간호사 40명이 필요한데, 하동한국병원은 한의사를 제외하고 의사 2명과 간호사 13명만을 확보한 상태다. 최소 의료인 정원은 군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데, 이를 무시하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은 병원의 휴업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원래 휴업하려면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시작일과 종료일이 명기돼야 한다. 그런데 휴업 시작일은 8일로 적혀 있어 실제 휴업일과 하루 차이를 보였고, 종료일은 아예 적혀 있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입원환자 대응과 진료비 정산 계획도 없다. 여기에 입원환자가 있으면 휴업신청서 제출 후 한 달 뒤에 휴업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하동읍에 사는 한 군민은 “하동한국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황당하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휴원했는데 군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재운영하겠지만 군민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