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한국 방어하나”… 재집권 후 뒤집기 시도 가능성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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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증액 압박’ 트럼프 속내는

특유 '거래 동맹관' 인식 재확인
주한미군 철수 지렛대 가능성
사실과 다른 주장은 논란 여지
한반도 정세 요동 우려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시 대폭 증액을 압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30일(현지시간) 보도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부대를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며 특유의 과장법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대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태로운 위치에 4만 명(실제는 2만 8500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미 방위비 분담금을 종전 대비 5∼6배 수준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참모들에게 거론했고 참모들의 만류로 뜻을 관철하지 못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 군대의 많은 부분을 기본적으로 부담했다”거나 자신이 집권 중에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지불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재협상을 해서 한국이 “거의 아무것도 아닌” 액수를 냈다는 등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사실과 다르다.

한미 문재인-트럼프 정부가 액수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장기간 공전하다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후속 협상을 거쳐 절충점을 찾은 것이기에, 기존 합의 수정 목적이 내포된 ‘재협상’을 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맞지 않다.

관심은 그 뜻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에 쏠릴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보다 부풀린 주한미군 숫자(4만 명)를 거론하며 한국과 같은 부국에서 미군이 충분한 보상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동맹 방어 약속, 대중국 견제에서 주한미군이 갖는 의미 등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2월 국내총생산(GDP) 2% 지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맹에 대해 전략적 가치 대신, 철저히 거래 관계로 접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은 집권 2기 때도 비슷할 것이며, 4년 임기 후 재선을 통한 추가 4년을 기대할 수 있었던 1기 때와 달리 4년으로 남은 시간이 정해진 2기 때는 뜻을 관철하기 위한 행동의 강도가 더 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미간에 진행중인 방위비 협상에서 연내 합의가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집권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관철했던 것처럼 방위비 협상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타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시사’했다고 적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수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한 뒤 ‘극단적 고립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하면 재집권 시 나토를 탈퇴하지 않을 것”(3월 영국 TV채널 ‘GB뉴스’ 인터뷰)이라며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조건부로’ 봉합하고, 우크라이나의 생존이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언급(4월18일 소셜미디어 글)한 바 있다.

그런 흐름에서 타임 인터뷰를 읽으면 주한미군 철수, 감축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지렛대로 방위비 대폭 증액 등을 얻어내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감축 카드가 ‘내부 검토’ 수준에 머물렀던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달리 재집권 시 협상카드로 실제 사용될 경우, 그것만으로도 한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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