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K성형의 명암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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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압구정동은 ‘세계 성형수술 중심지’로 불리는 한국에서도 ‘성형 1번가’로 꼽힌다. 그 비싼 임대료에도 건물 1곳당 성형외과가 하나꼴로 입주해 있을 정도다. 건물 전체를 성형 등 미용 관련 콘셉트로 채운 곳도 있다. 전국에서 전교 1등 한 애들은 다 압구정에 모여 있다는 우스개도 성형외과 의사들을 빗댄 말이다. 이런 압구정이 최근 외국인 성형 관광객들로 다시 북적인다고 한다. 호텔마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외국인이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란다.

한국은 명실공히 성형 대국이다. 최근 미국 매체 〈인사이드 몽키〉가 국제성형의학회 데이터를 근거로 ‘미용성형 대국 톱 20’을 선정했는데 한국이 인구 1000명당 8.9건으로 1위였다. 20대 한국 여성 4명 중 1명이 쌍꺼풀, 코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매체는 추정했다. 한국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기술력도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물론이고 남미나 동남아시아 의사들이 배우러 온다. 이런 배경 때문에 K팝 아이돌이나 K드라마 주인공처럼 되겠다며 한국을 찾는 성형 관광이 성황을 이루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성형 대국으로 급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성형 문화는 외신의 조롱과 비난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참가자들의 외모에 차별성이 없다며 ‘성형 시스터즈’로 조롱하는 보도가 논란을 촉발했고 강남 성형외과에 설치된 턱뼈를 가득 담은 유리 상자를 ‘턱뼈탑’으로 희화화하는 보도도 있었다. 여성들의 뾰족해진 턱을 빗살무늬토기에 비유하며 놀리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대한민국 성형 대국이 자부심이자 고통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성년자까지 성형으로 몰리는 외모지상주의 문화의 이면을 비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처음으로 60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지난 29일 발표했다. 그런데 이들 한국 의료 관광에 나선 외국인 환자 중 절반 이상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았다. 국가별로는 일본, 중국, 미국 순이었다. 필수의료 공백에 따른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소식이다. 2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 춘계학술대회 경연장에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줄을 섰다는 소식까지 들려 씁쓸함을 더한다.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 민낯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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