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서 영수회담 무성과 대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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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맞아 1년 9개월 만에 개최
성실한 답변 통해 국민 우려 불식해야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2주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데 따른 소식이다. 이 수석은 “(기자회견을) 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는 식으로 다소 애매하게 말했지만,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공개 발언인 만큼 빈말은 아닐 테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기자회견을 가진다면 2022년 8월 17일 가졌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무려 1년 9개월 만의 기자회견이 된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한 실망과 아쉬움이 컸던 터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자못 크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행적에는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늘 따라붙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 당시 약속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신년 또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아무런 설명 없이 열지 않았다. 한때 관심을 모았던 출근길 ‘도어스테핑’도 2022년 11월 이후 중단했다. 윤 대통령의 말은 국무회의 모두발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전달될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게 세간의 화제가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앞으로도 언론의 비판이나 제언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과 민심 사이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의 지난 영수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민심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 만에 열린 영수회담이라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민생과 국정 현안에 대한 의제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대신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여러 제안에 난색을 표하거나 침묵했을 따름이었다. 2시간 넘은 대화에도 합의문 한 장 나오지 않았다. “영수회담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차담회에 불과했다”는 일각의 혹평에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관심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영수회담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는 형편이다. 총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불신의 고리를 끊으려면 윤 대통령 스스로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취임 2주년에 즈음해 갖겠다는 기자회견은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진정한 민심을 접하는 최선의 통로가 기자회견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보여주지 못한 국정의 비전과 대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충실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다소 민감하더라도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으로서 민심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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