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비 2.5배 올려달라” 시공사 횡포에 조합원 분통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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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원주변 촉진4구역 재개발
현대엔지니어링 2.5배 증액 요청
추가 분담금 8억~9억 원대 내야

시민공원 촉진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449만 원 수준이던 평당 공사비를 1126만 원으로 증액을 요구해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촉진4구역에서 바라본 부산시민공원 전경. 부산일보 DB 시민공원 촉진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449만 원 수준이던 평당 공사비를 1126만 원으로 증액을 요구해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촉진4구역에서 바라본 부산시민공원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의 한 재개발 사업을 맡은 시공사가 조합에 평(3.3㎡)당 1100만 원이 넘는 공사비를 요구해 논란이 인다. 시공 계약을 체결했을 때 평당 공사비는 400만 원 중반 수준이었는데, 2.5배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을 통보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부산 최고 수준의 공사비를 내놓으라는 시공사의 ‘횡포’에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0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6일 ‘도급공사비 증액 요청의 건’을 조합에 발송했다. 2016년 6월 시공사 선정 당시 체결한 도급 공사비는 평당 449만 원이었으나 시공사는 이를 1126만 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551억 원 규모였던 전체 공사비는 5488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제안 단계이기는 하나, 이는 부산지역 공사비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가였던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평당 공사비인 1153만 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앞서 부산진구 범천1-1재개발 사업의 경우 현대건설이 539만 9000원이던 공사비를 926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설계안보다 규모를 줄이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당초 지하 5층 규모였던 주차장을 지하 4층으로 줄이고, 커튼월룩 비율을 100%에서 30%로 축소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면 전체 비용에서 약 68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 측이 자체 분석한 결과 시공사의 절감안을 모두 수용하면 평당 공사비가 약 986만 원으로 책정된다. 조합이 기존에 원했던 대로 현대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한다면 평당 공사비는 1335만 원에 이르고, 절감안을 적용해도 약 1195만 원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다. 조합에 따르면 84㎡(35.9평·하이엔드 미적용) 기준 조합원은 12억 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72㎡(31.5평)는 10억 5900만 원, 59㎡(25.4평)는 8억 5300만 원으로 분담금이 추산된다. 조합원 820여 명 가운데 700명가량이 구역 내 3억 원 미만의 빌라를 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요구대로라면 많게는 8억~9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지불하게 생겼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측 협상단이 현대엔지니어링과 적정 공사비 규모를 두고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당초 제시안이 상식에서 벗어난 수준이라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될지 우려된다”며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조합원들에게 시공사 계약해지 의사를 묻는 절차 등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핵심 입지도 아닌 부산에서 평당 1100만 원이 넘는 공사비는 상상하기 어렵다. 자칫 다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며 “공사비 협상이 늘어질수록 손해는 오롯이 조합에게 쌓인다. 시공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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