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롯데 자이언츠, 초반 몰락 이유는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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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철 스포츠부장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도전장
최하위 추락, 팬들에 깊은 실망감

불펜진·내야 수비 불안이 주원인
타선 집중력·장타력 부족도 문제

김태형 ‘카리스마 야구’ 큰 기대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 보여야

2017년 리그 3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하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올해 KBO리그는 ‘5강 4중 1약’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LG와 한화를 비롯해 KT, KIA, 두산이 ‘5강’으로 분류돼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또 중위권에서는 롯데와 SSG, NC, 삼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고, 키움은 ‘약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와 KT, 두산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하위권으로 처져있다. 특히 롯데는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이 올 시즌 새 사령탑을 맡았다. 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명장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기선 제압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선수단이 한마음이 되면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당찬 각오와는 달리 롯데는 투타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져있다. 롯데가 이처럼 부진에 빠져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투수력을 살펴보면, ‘선발 야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데다 불펜진이 너무 자주 무너진다는 점이다. 5선발인 이인복은 아직 제 역할을 못 해주고 있고, 구승민과 최준용, 박진형, 김상수, 김원중 등 중간·마무리 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틀어막지 못하고 경기 때마다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불펜진의 실점은 경기 흐름을 상대에게 내주게 된다. 따라서 롯데의 핵심 불펜 투수인 구승민과 김원중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두 투수는 모두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그만큼 올 시즌에 임하는 동기부여가 잘 돼 있어 팬들도 맹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타선의 집중력 부족과 장타력 부재도 팀 성적 부진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타선의 문제는 올 시즌 내내 롯데의 가장 큰 고심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연패를 하는 동안 타선의 집중력 부재 현상이 지속됐다. 특히 득점권 기회에서 연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 역전패를 하거나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홈런 등 장타력이 부족하고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홈런은 그날 경기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홈런 ‘한 방’이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롯데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은퇴한 이후 상대팀에 위압감을 주는 거포형 타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터 레이예스와 이학주만이 팀에서 유일하게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주장 전준우은 최근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았던 유강남과 노진혁은 ‘거액의 FA 몸값’에 걸맞지 않는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또 롯데의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던 한동희는 지난 시즌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고,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상 재활을 해도 그는 6월에 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위 타선에서 역할을 해야 할 김민성과 나승엽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매 시즌 겪어온 수비 불안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2루수 안치홍이 한화로 이적했다. 안치홍은 롯데에서 지난 4년간 꾸준히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며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선수였다. 롯데는 안치홍의 전력 이탈을 메우기 위해 2차 드래프트에서 오선진과 최항, 두 베테랑을 영입했고 FA 내야수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공수에서 안치홍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김태형 감독은 내야진의 수비 보강과 공격력 강화를 위해 시즌 중 LG에서 손호영을 데려왔고, 2021년 롯데 육성 선수로 입단한 이주찬을 백업 자원으로 자주 경기에 투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학주, 박승욱, 최항, 손호영, 이주찬 등이 돌아가며 내야 수비를 맡는 불안한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팀이 몰락의 상황까지 맞으면서 지난달 23일 개막전에 등록됐던 28명의 1군 엔트리 가운데 구승민, 박진, 오선진, 노진혁, 고승민 등 10명의 선수들이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시즌 개막 전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용병술이 팀 전력 상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아직은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김 감독의 야구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명장의 리더십이 언제 빛을 발할지 롯데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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