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신뢰성에 의문부호 뜬 선거 여론조사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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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일 직전 대체로 “여야 박빙” 
개표 결과는 ‘야권 압승에 여당 참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1석을 확보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단독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에 그쳐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얻은 비례의석을 합쳐야 겨우 ‘개헌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야말로 야권의 압승이요 여당의 참패인 것이다.


■제대로 못 읽은 판세

이 같은 선거 결과를 투표일 직전 주요 여론조사 내용과 비교해 보면 서로 크게 어긋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대다수 여론조사들은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총선 기류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알렸다. ‘민주당 우세’에서 ‘여야 박빙’, 심지어는 ‘국민의힘 우세’로 추세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머니투데이 더300’이 지난달 20일 이후 이날까지 공표된 전국 단위 주요 여론조사의 정당지지도를 가중평균했더니, 국민의힘 36.3%, 민주당 32.4%로 백중세로 파악됐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라고 물은 전국지표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9%, 민주당 37%를 기록했다(이하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슷한 기간 방송사들이 발표한 여론조사들은 대체로 민주당이 앞서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고 알렸다. MBC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36%, KBS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33%, SBS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39%였다. 실제 의석수 격차를 고려하면 판세를 제대로 읽었다고 보기 어려운 예측들이다. 이로써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 논란은 또다시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후보와 당 관계자들이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후보와 당 관계자들이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예측 크게 어긋난 부산

부산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예측에 실패했다. 투표일 직전까지 다수 여론조사 기관들은 부산의 18개 의석 가운데 민주당 등 야권이 적게는 3석, 많게는 5석 이상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북구갑·사하구갑·수영구 등에서 우세를 보이는 형편에서, 남구·북구을 등 5~6곳의 접전지에서 절반 정도 승리한다는 전망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북구갑을 빼고는 모두 국민의힘 차지였다.

사하구갑의 경우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21~24일 조사에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50%)가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39%)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고 밝혔다. 수영구에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일 조사를 통해 민주당 유동철 후보 35.8%,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31.1%, 무소속 장예찬 후보 28.2%로 판세를 분석했다. 한국사회연구소는 진보당 후보의 약진으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연제구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조사를 진행했는데,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56.7%,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가 37.5%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대구갑에선 ‘여론조사 꽃’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조사한 가상대결에서 민주당 홍순헌 후보(50.9%)가 국민의힘 주진우 후보(41.8%)에게 유의미한 차이로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밖에 북구을이나 남구 등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미세한 우위 속에서 접전을 벌인다고 예측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 이들 지역에서 야권 후보들은 모두 패배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총선 후보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박수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0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총선 후보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박수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민심 함부로 재단 말아야

사실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가 그대로 개표 결과로 연결된 적은 별로 없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는 대부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최소 과반 의석은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론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였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민주당 승리를 예측했으나 그 수가 180석에 이르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돼 선거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들쑥날쑥이라 신뢰성 논쟁이 되풀이되며, 이 때문에 여론조사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왜곡한다는 우려까지 낳는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선거에서 갖는 순기능은 결코 적지 않다. 민심을 민감하게 반영할 수 있어서 부정 선거나 이른바 깜깜이 선거를 방지하고,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 미리 자격 미달의 인물을 배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는 정치인과 유권자 간 소통을 돕는 도구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정당이나 인물 중심의 양자택일 조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정책 관련 조사 비중도 늘리고, 최대한 많은 계층을 포괄하는 등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요컨대, 민심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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