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 거창, 유통구조 바꾸기 ‘안간힘’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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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줄고 대부분 물량 외부로 유출
전체 물량 70% ‘포전거래·외부 공판장’
APC 제기능 못해…스마트 시스템 구축

경남 거창군은 전국 사과 5대 주산지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사과가 외부로 넘겨져 다른 지역 이름으로 유통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거창군 제공 경남 거창군은 전국 사과 5대 주산지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사과가 외부로 넘겨져 다른 지역 이름으로 유통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거창군 제공

전국 사과 5대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경남 거창군이 사과 유통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사과가 외부로 유통되면서 ‘거창 사과’가 아닌 ‘국내 사과’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거창군은 거창사과의 산지유통을 위해 ‘스마트 APC(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enter: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작게는 통합 사과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크게는 유통시장 개혁을 위해서다.

군에 따르면 현재 거창사과는 유래 없는 위기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전국 최고 품질의 사과가 연간 4만t 정도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 지난해에는 무려 30% 급감한 2만 8000t 생산에 그쳤다.

여기에 지역별·농가별로 사과 품질이 천차만별인데다 농가 평균 연령이 62세로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 사과 생산량이 갈수록 줄면서 조만간 외국산 수입이 허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거창사과의 70%는 포전거래나 외부 공판장으로 나가고 있으며 산지유통되는 물량은 전체 9.5% 정도에 불과하다. 거창군 제공 거창사과의 70%는 포전거래나 외부 공판장으로 나가고 있으며 산지유통되는 물량은 전체 9.5% 정도에 불과하다. 거창군 제공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거창사과의 문제점은 ‘주산지’라는 명성과 달리 지역 브랜드로 유통되는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군이 지역 사과 농가 총 185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의 포전거래나 외부 공판장으로 나가는 물량이 전체 70%에 달했다. 또 각 농가 이름을 달고 나가는 직거래가 10%, 개인이 저장하거나 소비하는 물량이 10% 정도로 확인됐다. APC로 넘겨져 ‘거창한 사과’ 통합 브랜드로 팔리는 물량은 9.5% 수준에 불과했다.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지역 사과로 둔갑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거창군 관계자는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포전거래와 온라인 유통 등 유통경로가 너무 많아졌다. 또 작목반이나 농협별로 브랜드를 만들어서 파는 경우도 있어 지역에서만 여러 개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거창사과의 가치가 감소하는 데다, 특히 미래 발생하게 될 생산량 감소나 수입시장 개방 등에도 대응하기 힘들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통합브랜드인 ‘거창한 사과’ 모습. 군은 스마트 APC 구축 등 유통구조를 개선해 지역 통합브랜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거창군 농특산물 쇼핑몰 ‘거창몰’ 캡쳐 지역 통합브랜드인 ‘거창한 사과’ 모습. 군은 스마트 APC 구축 등 유통구조를 개선해 지역 통합브랜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거창군 농특산물 쇼핑몰 ‘거창몰’ 캡쳐

산지유통을 위해선 APC 활성화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현재 거창에는 2009년 준공된 과수거점 APC가 있지만 시설 노후화와 운영상 문제점 등으로 인해 농가의 외면을 받아 왔다. 여기에 사과 가격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이어졌다. 유명 도매시장의 경우 경매를 통해 특상품 등급을 받을 경우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판로도 확보돼 있다. 반면 거창 APC에서는 판로가 부족해 가격도 비교적 낮은 데다 정산 속도가 늦고 비품은 아예 거래조차 힘들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의 한 사과 재배 농민은 “거창 APC에 100% 출하하면 70%는 하품으로 판정난다. 반면 다른 지역 도매시장은 등급 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선별도 까다롭고 정산도 늦다. 여기에 가격까지 낮다면 APC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스마트 APC 조성에 나선다. 스마트 APC는 농산물 입고·저장·선별·포장 등 모든 기능을 자동화한다. 또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 상품에 고유번호를 부여 하는 등 물류·거래 부문에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피드백하는 시스템이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과정을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운영상의 문제점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군은 사과를 비롯해 딸기·포도·양파·감자 등 5개 작물별 스마트 APC를 만들기 위해 올해 33억여 원을 투입하며, 통합마케팅에도 나설 계획이다. APC 역시 참여 농가에게 보조사업 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홈쇼핑 등 마케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시설개선과 공동수확단 확대, 공판 시설 설치 등 농민 지원 방안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구인모 군수는 “앞으로 지역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해 농산물 원물을 단순히 공판장에 출하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지역내 첨단 유통·가공시설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스마트 APC 도입과 설치를 통해 상품성을 높여 질 좋은 거창군 농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농가 소득 창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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