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스며든 ‘핫플’… 생활권 침해 주민은 ‘냉가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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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 음식점·술집 인기
소음·담배 연기·쓰레기 갈등 빈발
광안동·전포동 일대 등 민원 속출

관할 지자체 법규 모호 단속 애로
전문가 “법 개정·상인 책임감 필요”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주택(위)과 부산진구 전포동 카페테마거리 인근 주택에 외부인들의 사유지 침입과 흡연 등의 금지를 요구하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주택(위)과 부산진구 전포동 카페테마거리 인근 주택에 외부인들의 사유지 침입과 흡연 등의 금지를 요구하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지난 13일 오후 8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뒤편 골목. 음식점에서 나온 청년 3명이 재떨이 주위에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야기 소리와 담배 연기가 조용한 동네에 퍼져 갔다. 다른 골목의 가게는 입구 스피커를 통해 강렬한 저음이 울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있었다. 서면 같은 상업지역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펼쳐진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과 대조적으로 주민들은 골목 곳곳에 ‘주택 입구입니다. 금연’ ‘고음이 나지 않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 문구를 붙였다. 부산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술집이 주택가로 스며든 이른바 ‘핫플’이 곳곳에 생기면서 인근 주민과의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밤늦게까지 울리는 소음이나 집안까지 들어오는 담배 연기로 불편과 불쾌감이 상당하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수영구청은 지난해 식품위생업소 소음 관련 민원 신고가 모두 67건이라고 14일 밝혔다. 소음 민원 중 절반이 넘는 34건이 광안동에 집중됐다. 부산진구 경우에는 지난해 70여 건의 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그 중 전포동에서 접수된 소음 민원은 총 45건(64%)이다. 소음 민원이 많은 광안동, 전포동은 모두 공교롭게 주택가에 이색 가게들이 모여들어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주택가에 술집과 음식점이 새롭게 들어서며 민원 신고가 잇따르는 셈이다. 실제 전포동에서 접수된 민원 대부분이 가게 스피커, 옥외 영업 소음이라는 게 부산진구청 담당 부서 관계자 설명이다.

주민들은 애초에 주택가에 음식점과 술집 영업 허가를 내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영구 주민 A 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빌라 바로 옆에 술집이 생겨서 고민이다. A 씨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데 손님들 떠드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최근 2~3년 새 이런 가게들이 많이 늘었다. 구청에서 애초에 주택가에 술집 영업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할 지자체도 소음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 소음 민원에 따른 데시벨(db) 측정이 민원이 접수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탓에 체감 데시벨보다 측정값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법적 기준 데시벨을 넘더라도 그 소음이 해당 가게에서만 나오는 소음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처벌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수영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사람이 내는 소음은 관할 지자체가 아닌 경찰이 단속하는 영역이라서 (단속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업주를 처벌하기 어려워 민원 내용을 전달하는 등 계도 수준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통계로 나타나는 소음과 달리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폐해도 많다. 담배 연기, 쓰레기 무단 투기는 다반사이고 불법 주차, 노상 방뇨도 있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한다. 가게 주인과 주민들이 벽마다 금연, 노상 방뇨 금지 문구를 붙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수영구 광안동 B가게 주인은 “주변 주민들에게 항의를 많이 받아서 흡연 금지 안내문을 주위에 붙였지만 장사를 병행하면서 가게 밖 손님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관할 지자체와 상인들의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현행법은 가게 내부의 위생, 시설만 관리하는데, 개정을 통해 가게 외부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상인들도 상인협의체를 만들어 특정 요일마다 거리를 청소하는 등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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