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 이어 자동차 정조준… 지역 경제 ‘철렁’
10일 철강 25% 관세 부과 서명
반도체·자동차·의약품 후속 예고
한국GM·르노코리아 등 불안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수출품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철강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며 “트럼프 1기 당시 적용됐던 무관세 쿼터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몇 주간 철강과 알루미늄 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은 총 143만 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51.5%)에 이른다.
자동차 관련 산업이 모여 있는 부울경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직격탄이 우려된다. 경남 창원시 등에 공장을 두고 물량의 8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GM이 대표적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로 생산 라인 축소 등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트럼프 1기 당시 군산공장을 철수한 바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확정된 사항이 아니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 브랜드 판매 전략 등으로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이 본사인 르노코리아는 대미 수출량이 거의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세운다. 르노코리아가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폴스타4 물량 대부분이 미국·캐나다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폴스타4 수출 주체는 아니지만 미국 수출이 원활해야 공장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며 “대미 수출량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부품 수급 등 장기적으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 뿐만이 아니다. 1·2차 협력사와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 부과에 따른 원가 인상분을 부품업계도 떠안을 수 있는 탓이다. 부산의 자동차 관련 기업은 연 매출액 25억 원 기준으로 190여 곳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 수출량이 줄어들면 납품 물량이 덩달아 감소하면서 생산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생산 기지별 생산량 조절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해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