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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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휴직 작년 말 복귀
나흘 전 동료 팔 꺾는 등 이상 행동
학교, 재휴직 필요성 교육청 보고
교육청, 실질 대처 없이 소극 대응
유족, 교육 당국 조치에 강력 비판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 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1일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 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속보=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8세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교사(부산닷컴 지난 10일 보도)가 범행 나흘 전 동료 교사에게도 폭력적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은 교사는 지난해 12월 휴직한 뒤 연말에 돌연 복직했고, 두 달여 만에 이상한 모습을 보인 그는 무작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학교 측은 교사에게 재휴직을 권고하며 교육청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후속 대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은 교사 A 씨는 지난 10일 ‘묻지마 범죄’ 식으로 김하늘(8) 양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교사가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었다”며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복직 후 3일 만에 짜증이 났다”며 “00가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A 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에 돌연 복직했다. 치료를 위해 이전에도 수차례 병가를 냈던 A 교사는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직 후 교과 전담 교사를 맡은 A 교사는 숨진 김 양과는 평소 친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교사는 범행 나흘 전인 지난 6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웅크리고 앉은 A 교사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던 동료 교사 팔을 꺾는 등 이상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에서 뜯어말릴 정도였으나 당시 경찰 신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학교 측은 이후 해당 교사에게 재휴직을 강하게 권고하고, 대전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교사 재휴직은 결정되지 않았고 대전시교육청은 실질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김 양을 지키지 못한 학교와 교육 당국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양 아버지는 “우울증 있는 사람이 다시 학교에 나와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학교가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양이 다니던 학교 앞에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같은 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이 국화꽃, 인형, 과자 등을 놓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서 교사와 학부모 등 많은 시민이 충격에 빠졌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학부모 이 모(45) 씨는 “아이들에게 집만큼 안전해야 하는 곳이 학교이고, 안전을 지켜줘야 할 사람이 교사인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교사 B 씨는 “우울증이든 정신 분열이든 교사에게 문제가 있으면 교육청 등에서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으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또 A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한 뒤 구속영장 청구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6시께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하늘(8) 양과 40대 여교사 A 씨가 발견됐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김 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고, 목과 팔이 흉기에 찔린 A 교사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교사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10일 오후 9시께 경찰에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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