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결국 ‘필버’ 가동…연말 국회도 극한 입법 대치
정기국회 마지막 날 9일 본회의서 필리버스터 가동
비쟁점 법안이지만 ‘8대 악법’ 저지 취지로 대여 공세
입법 폭주 비난, 당내 분열 속 대여 공세로 주도권 확보 나선 듯
민주당 “민생 쿠데타” 비난, 10일부터 임시회 소집 ‘맞불’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결국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가동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처리키로 예고했던 ‘내란전담재판부법’, ‘필리버스터 제한법’ 등의 상정을 미뤘지만, 해당 법안의 추진 자체를 철회하라는 압박 차원이었다. 여권의 ‘입법 폭주’에 대한 비판 여론의 고조, 여기에 장동혁 대표의 ‘계엄 옹호’로 인한 국민의힘 내부 균열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대여 강경 공세로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며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도 법안 자체에는 반대하지는 않는 비쟁점 법안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당의 소위 ‘사법 파괴 5대 악법’,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등 8대 악법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여권의 추진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취지로 필리버스터를 전격 가동했다. 앞서 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예정된 본회의 시간까지 연기하며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진행된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8대 악법에 대해 민주당에서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상태라 쟁점이 많지 않은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실시키로 했다”며 “8대 악법으로 인해 대한민국 헌정 기본 질서가 붕괴되는 부분에 대해 국민께 소상히 알려드리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내란 척결’을 앞세워 내란전담재판부법, 법왜곡죄, 야당의 필리버스터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 등을 처리키로 했다가 법조계의 반대, 여론 비판, 내부 이견 등으로 보류키로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론전에서 우위에 선 것으로 보고 이날 필리버스터 강행으로 대여 공세의 고삐를 한층 더 강하게 쥐려는 태세다. 당내 ‘계엄 사과’, ‘윤 절연’ 요구를 거부하는 장 대표의 ‘마이 웨이’ 행보로 인한 당내 비판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본회의장 연단에 선 나경원 의원은 여당의 법사위 장악, 입법 폭주에 대해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안과 관계 없는 발언은 국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수 차례 제지에 나섰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단상에 나와 고성을 주고받는 등 내내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방침에 대해 “해괴망측하고 기상천외하다”며 야당발 ‘민생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전 로텐더홀에서 ‘민생법안 발목잡기’, ‘필버 악용 중단’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국민의힘을 규탄하기도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민생 인질극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라며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를 다지며 오늘 이 시간부로 국회 정상화와 민생개혁 완수를 위한 비상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이날 밤 12시에 자동 종료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1일에 처리될 전망이다. 연내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인 민주당은 당장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