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삶의 끝자락 담은 한 컷, 기뻐하는 어르신들 위해 봉사” 김상덕 부산경찰사진동우회 회장
20년 간 동우회 회원들과 봉사
35차례 737명 장수사진 촬영
“인생 마지막 사진 어른들껜 의미
주변 도움 덕분에 유지… 감사”
“평생 처음으로 예쁘게 단장하고 카메라 앞에 서본다는 어르신들 말씀과 설레는 표정, 환하게 나온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심으로 보람됩니다.”
김상덕 부산경찰사진동우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올해 6월 퇴직을 하고 지금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그는 같은 동우회 회원들과 20년째 꾸준히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6년 부산 사하구 괴정2동 어르신 20명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찍어 액자로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5차례 737명의 어르신에게 장수사진을 선물했다. 올해 동우회는 경남 밀양 안인리 마을과 부산 서구 종합복지관, 영도구 청학2동, 부산기장경찰서 경우회원, 서구 부민노인복지관까지 다섯 차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김 회장은 “주로 혼자 거주하거나 소득이 거의 없는 어르신들인데, 인생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얼굴 사진 하나 남겨놓는 것에 큰 의미를 두신다”며 “그래서인지, 우리가 가면 많이 고마워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해 촬영 장소까지 걸어나오기 힘든 어르신 댁에 직접 찾아가 사진 찍어드리고 손을 맞잡으며 감사 인사 나눴을 때가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사실 부산경찰사진동우회는 1997년 4월, 13명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경찰 업무를 하다 보면 정보 채증이나 감식, 홍보 등 사진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하지만 사진 기술이나 기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사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진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 서로 촬영 기술과 기법 같은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제대로 배워 더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 작가와 지도위원을 모셔 와 한 달에 한 번씩 출사를 나가며 단합도 길렀다. 2001년 3월에는 부산지방경찰청이 선정한 최우수 동아리에 뽑히기도 했다. 동우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찍어온 사진을 갖고 품평회를 가졌고 소식지를 냈으며, ‘경찰사진공모전’에 출품도 했다. 덕분에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주관 전국 사진공모전에 입상하는 회원도 생겼다.
동우회는 또 꾸준히 전시회를 열었다. 1998년 9월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132점의 경찰 관련 사진을 선보인 첫회 전시회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는 매년, 이후부터는 격년으로 전시를 이어왔다. 경찰 창설 이후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소개하는 사진들과 부산 15개 경찰서의 옛 건물과 현재의 건물, 부산경찰특공대의 활동상이나 과학수사대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전시회를 통해 소개했다. 내년 하반기 제15회 전시회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김 회장은 “꼭 필요하지만 직접 나서서 준비하기는 어려운 사진, 세상과 작별하기 전 최소한으로 준비해 두고 싶은 사진이 바로 장수사진”이라며 “여러 활동 중에서도 동우회의 카메라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 더 낮은 곳으로 향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동우회 회비로만 봉사활동을 이어갈 수 없어, 요청하는 모든 곳에 가지 못하는 사정은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마음 따뜻한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사)아름다운사람들의 원무현 이사장과 부산아너스MJ라이온스클럽 장상욱 회장이 비용 지원을 해주고 있고, 기장휴명상동호회 회원들이 어르신들의 헤어·메이크업을 도맡고 있다”고 말하고 “혜성컴퓨터 윤기섭 대표는 촬영한 사진의 얼굴 보정을 해주는 재능기부 중”이라고 소개했다.
“어르신들 웃는 얼굴 계속 보고 싶네요. 와 달라고 해 주는 곳에 되도록이면 많이 가서 힘 닿는 데까지 봉사하고 싶습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