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원톱 주연 맡은 허성태 “연기가 내 천직”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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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극장 개봉 영화 ‘정보원’ 주연
코믹 액션 장르 도전…균형 맞춰
오디션 방송 출연으로 연기 시작
“시간 되돌려도 배우 길 택할 것”

배우 허성태가 영화 ‘정보원’을 들고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엔에스이엔엠 제공 배우 허성태가 영화 ‘정보원’을 들고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엔에스이엔엠 제공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시간을 되돌려도 저는 연기를 택했을 거예요.”

배우 허성태는 연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했다. 배우가 되기 전 그는 부산 다대포의 부모님 댁에 막걸리 두 병과 통닭 한 마리, ‘연기자로 성공하기 전엔 부산 땅을 밟지 않겠다’는 엽서를 남기고 서울로 향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성태는 “유치하지만, 그때 마음은 진심이었다”며 “사실 그렇게 나온 뒤에도 부산에 자주 갔다”고 웃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물 ‘카지노’ ‘오징어게임1’ 등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가 데뷔 14년 만에 첫 주연작을 들고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3일 개봉한 영화 ‘정보원’에서 주연 오남혁을 맡았다. 그는 “처음엔 시나리오를 받고 ‘나는 아직 주연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을 만난 뒤에 마음이 움직여서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영화는 하나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의 편집 감각과 음악적 감수성이 깊었고 유머 코드가 너무 잘 맞더라”고 했다.

영화 ‘정보원’ 스틸컷. 엔에스이엔엠 제공 영화 ‘정보원’ 스틸컷. 엔에스이엔엠 제공

그가 연기한 형사 오남혁은 하루 아침에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작품의 장르가 범죄 액션 코미디물인 덕분에 캐릭터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했단다. 그간 작품에서 주로 거친 모습을 선보였던 허성태는 “이번 작품이 악역보단 훨씬 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저의 실제 성향은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들보다는 이런 인물들에 더 가깝다”고 했다. 코믹 연기를 위해선 현장에서 감독, 동료 배우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색을 잡아갔다고 했다. 그는 “코믹 연기는 오버하면 안 된다”며 “나만 웃기는 연기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톤을 잘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허성태는 사실 대우조선해양과 LG전자 등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연기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하면서다. 그는 “첫 회 녹화에서 오디션에 합격하자마자 사표를 썼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꿈을 찾아 나선 연기의 길이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단역조차 쉽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다고. 그는 “소속사 지하 연습실에서 거의 살았다”며 “오라는 곳은 없는데 연습실만 가고, 오디션을 보면서 하루살이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한 달에 단역 5개를 해서 300만 원을 벌었을 때 너무 기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건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이다. 극 중 하시모토(엄태구)를 도와주는 정보원으로 출연한 허성태는 이정출(송강호)로부터 뺨을 맞는 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마흔 살 신인배우’로 자신을 소개했던 그는 이후 영화 ‘범죄도시’ ‘말모이’, 시리즈물 ‘카지노’ ‘오징어게임1’ 등에서 잇따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늘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려 했다”며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몰렸을 때도 ‘거품은 빠진다. 들뜨면 오해가 생긴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지난 14년을 돌아보며 “운이 좋았다”고만 했다. 그는 “오늘 찍는 장면 하나만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살았다”며 “연기를 해보니 계획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오늘을 살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지금이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바빠요. 하지만 행복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앞으로도 매 작품에 성실하게, 지금처럼만 살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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