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에어부산 '위축 경영'에 날아간 자카르타 직항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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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자카르타 직항, 운수권 반납돼
진에어, 에어부산 1년간 취항 안 해
"항공기 부족, 공정위 조치 영향" 해명
에어부산 위축 경영에 소비자만 불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따른 운수권 재분배 과정에서 인천~자카르타 노선이 인기 노선으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상업 도시로 ‘비즈니스 승객’ 수요가 높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다수가 자카르타 노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카르타 노선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부산 직항 노선도 배분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부산 직항 ‘취항’ 소식이 없다. 어찌 된 일일까.

지난해 1월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항공 회담을 열고 한국 지방공항과 자카르타를 연결하는 항공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부산~자카르타 노선 운수권 신청을 받았고 지난해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해당 노선을 에어부산(주3회)과 진에어(주4회)에 배분했다.

인도네시아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신발 제조·소재·부품 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어, 부산에서도 상용 출장 수요가 많다. 부산시는 부산~자카르타 직항 운수권 확보에 대해 “지방공항 중 부산이 유일하게 5000㎞ 이상 장거리 국제노선을 확보한 것”이라며 “그간 인천공항 이용이 불가피했던 부울경 지역 상용 여객의 이동 불편이 획기적으로 해소되고, 인도네시아발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해 지역경제도 함께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운수권을 확보한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1년이 지나도록 해당 노선에 취항하지 않았다. 에어부산은 이에 대해 “항공기 화재와 해외 중정비 공정 지연 등으로 기재 운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며 취항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진에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조치 사항 이행 등으로 해당 노선 취항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수권을 배분 받은 항공사는 1년 이내에 취항해야 하며 연간 20주 이상 운항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부산~자카르타 운수권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운수권은 이미 반납된 상태”라며 “부산시는 국토부에 해당 운수권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재배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일부 LCC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부산~자카르타 운수권 배분을 신청할 당시,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따른 공정위 조치는 내려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기업결합이 예정된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부산~자카르타 노선을 사실상 독점하려 한 것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기재 부족 문제 역시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과 진에어의 ‘욕심’으로 부산~자카르타 직항 취항이 1년 이상 늦어졌고 결국 부울경 항공소비자들의 불편이 장기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선 진에어 흡수통합을 앞둔 에어부산이 위축 경영을 계속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경쟁 LCC가 적극적으로 새 항공기를 도입하고 노선을 확대하는 동안 에어부산은 항공기를 늘리지 않았다. 여유 항공기가 없는 에어부산은 항공기 화재 사고, 정비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운항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3분기 운항이 전년 동기 대비 17.6%나 줄었다. 이 기간에 운항이 줄어든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0.3%)과 에어부산 뿐이다. 에어부산은 특히 수익성 지표인 탑승률도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3분기 탑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P)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탑승률 하락폭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위축 경영이 계속되는 에어부산의 경우 이직률도 경쟁 항공사에 비해 매우 높다. 에어부산의 ESG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자발적 이직(정년퇴직, 해고 등이 아닌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퇴사)은 급등 추세다. 총 재직인원에서 자발적 이직자의 비율을 뜻하는 자발적 이직률은 2022년 6.1%에서 2023년 7.9%, 2024년에는 11.6%로 증가했다. 반면 경쟁 LCC인 제주항공은 자발적 이직률이 2022년 7.8%에서 2023년 6.6%, 2024년 6.5%로 줄었다.

에어부산의 자발적 이직률은 모회사 등 관계자와 비교해도 2~3배 수준이다. 에어부산을 흡수통합하는 진에어의 2024년 자발적 이직률은 5.6%다. 에어부산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발적 이직률은 3.2%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는 대한항공의 자발적 이직률은 1.7%에 불과하다.

진에어 흡수 통합을 앞두고 에어부산이 위축 경영을 계속하는 데 대해 항공업계에선 기업결합에 대비한 ‘기업가치 축소’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에어부산의 기업가치가 줄어들면 에어부산 주주들의 손해를 보지만 흡수통합하는 진에어나 대한항공은 이득을 볼 수 있다.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kjongwoo@busan.com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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