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비어가는 도시와 채워지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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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청년의 부재가 초래한 도시 공백
외국인 관광객이 만들어 낸 활기
부산은 그 갈림길에서 미래 고민

인바운드 관광 수용 태세 점검과
관련 데이터 품질 관리를 주도할
연구·정책조직 확충 등 서둘러야

주말 저녁, 모처럼 전철을 타고 자갈치에서 남포역까지 걸어가던 길, 예상보다 훨씬 한산한 역사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주말 밤이면 북적여야 할 남포동이었지만 전철은 자리가 널널했고, 플랫폼에도 젊은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편히 앉아 집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부산의 인구 감소가 통계 속 수치가 아니라 ‘체감의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인근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무비자 입국 완화의 영향인지 유명 맛집 앞에는 외국인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남포동 화장품 가게를 기웃대는 이들도 외국인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시는 비어가는데, 방문객이 그 빈틈을 채우고 있는 기묘한 풍경. 부산 청년은 줄고 외국인 청년 관광객은 늘어난 이 대비가 도시의 구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특히 지역 대학의 상황은 변화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만 해도 외국인 재학생 비율이 이미 60%를 넘었고,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은 20명, 외국인은 150명에 달한다. 청년 감소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공간이 바로 대학인 셈이다. 부산의 미래 활력은 결국 ‘외국인 청년’과 ‘관광객’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의식을 다시 확인한 자리가 바로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이다. 이날 포럼의 핵심 주제는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전환’이었고, 필자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퍼듀대학교 장수청 교수는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준비할 때마다 연구의 즐거움을 몸소 보여주며 큰 자극을 주셨던 스승 같은 분이다. 세계적인 관광학 연구자이자, 필자에게 학문적 열정을 심어준 그 분이 부산에서 강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장 교수님의 발제는 부산 관광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한 방향성을 정확히 짚었다. 부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하신 내용의 핵심에는 ‘수용태세’, 즉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와 관광 서비스 품질관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중교통 이용 불편, 도로표지판 및 안내에 있어서 외국어 안내 미비, 메뉴판 번역 오류, 결제 방식 호환, 정보 접근성 등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부산시가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최규환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재무관련 보고서의 주요 책임자였다. 필자 입장에서 ‘이론과 실증을 겸비한 전문가’가 허브앤스포크에 기반한 부산 관광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두 분의 발제 방향이 필자가 지난해 집필했던 ‘부산 외국인관광 활성화 보고서’와 일치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기반 분석이 결국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이어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관광MICE 데이터·AI 포럼’에서는 관광 분야에 있어서 AI 활용 방안과 관광 데이터의 질과 활용 전략이 논의되었다. 관광 정책이 개발·홍보 중심으로만 흐르면서 정작 기본 데이터는 여전히 미흡한 현실, 그리고 부산연구원에 관광 전문 연구자가 거의 없다는 구조적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공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고 AI 기반 관광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두 포럼을 나란히 놓고 보니 부산의 과제가 선명해진다. 첫째, 인바운드 관광을 위한 외국인 수용태세 점검, 둘째, 관광 데이터 품질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관광 서비스 품질 관리, 셋째, 전문 연구·정책 조직 확충이다. 이는 단순 행정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 산업을 결정짓는 인프라다.

남포동과 자갈치역에서 느낀 ‘청년 부재’는 인구 감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가 온라인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구조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산은 오프라인의 강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경험 즉 맛보고, 걷고, 보고, 듣는 감각적 경험이 부산의 경쟁력이다.

도시는 비어갈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의 도시’, ‘머무르고 싶은 도시’는 관광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다. 부산은 지금, 외국인 관광객이 만든 활기와 인구 감소가 만든 공백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의 부산이 활력을 회복하려면 개발보다 기본, 홍보보다 데이터, 그리고 무엇보다 ‘찾아온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되는 것이 먼저다. 이것이 즐거운 도시, 재미있는 도시, 행복한 도시를 향해 부산이 정말 해야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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