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애인여행협회, 24명 3박5일 치앙마이 원정기
접이식 스쿠터부터 12인승 밴까지
‘가능성의 여행’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
부산장애인여행협회(회장 송순조)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태국 치앙마이 여행을 다녀왔다.
회원 24명이 함께한 이번 여정은 단순한 해외 관광이 아니라, ‘장애인도 충분히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도전이자, 이동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한 편의 르포였다.
협회는 지난 9월 1일부터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에 돌입했다.
참가자는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 이용 중증장애인 8명 △휠체어 비탑승 장애인 8명 △비장애인 8명, 총 24명. 이동 장비와 인력이 다양해 사전 준비는 어느 때보다 까다로웠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평소 사용하던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를 그대로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다. 항공 규정에 맞는 접이식 스쿠터(4대), 수전동 휠체어(3대)를 확보하기 위해 협회는 지역 장애인단체와 업체를 수소문하며 여러 날을 뛰어다녔다. 결국 7대를 마련했고, 1명은 기존 수동 휠체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비행기 반입 기준도 만만치 않았다.
접이식 스쿠터와 수전동 휠체어에는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데, 항공 규정상 단일 배터리는 300W 이하, 듀얼 배터리 제품은 1개당 160W 이하만 기내 반입이 허용된다. 모든 배터리는 분리해 기내로 들고 타야 했다. 스쿠터의 무게는 약 30kg, 수전동 휠체어는 18kg으로, 장비만 해도 적지 않은 무게였다.
“여행을 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다시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간다’는 마음 하나로 준비했어요.”
송순조 회장은 출발 전 과정을 떠올리며 웃었다.
중증장애인이 많아 태국 현지에서도 이동 수단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협회 측은 한국의 리프트버스와 비슷한 차량이 있는지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치앙마이는 물론 방콕에서도 장애인용 대형 리프트 버스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특히 해외에서 리프트 버스를 섭외할 경우 비용은 국내의 몇 배에 달했고, 안전 역시 장담하기 어려웠다.
결국 협회는 45인승 일반 관광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버스 계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인승 밴 차량을 추가 섭외해 중증장애인 5명과 비장애인 1명이 별도로 이동하도록 했다. 나머지 인원은 모두 대형 버스를 탔다.
버스 짐칸은 접이식 스쿠터와 휠체어로 가득 찼다. 장비를 싣고 내리는 일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이 들었다.
일반 버스를 이용한 중증장애인 3명 가운데 2명은 버스 계단 6개를 스스로 올라탔고, 1명은 비장애인의 신중한 보조를 받아 오르내렸다. 버스 측은 편의를 위해 임시 발판을 마련해주는 등 최대한 협조했다.
“버스를 오를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손을 잡고 끌어주고 받쳐주고… 그 모습이 더 큰 여행이었죠.”
동행한 한 회원은 이동 과정 자체가 여행의 의미였다고 말했다.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장비 분리와 조립, 차량 배치, 숙소 접근성 확인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은 이어졌다. 그럼에도 회원들은 모두 밝았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렘이 되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이동권·접근성 문제를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며 “이렇게 한 번씩 시도해야 다음 여행이 더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은 준비 과정만 놓고 보면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스쿠터 전력 규정 확인, 수전동 장비 확보, 현지 차량 협의, 배터리 규격 검증, 이동 동선 체크… .그 과정마다 장애인의 해외여행이 얼마나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24명은 결국 함께 날아올랐다.
그리고 함께 돌아왔다.
송순조 회장은 “이번 여행은 협회의 도전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회원의 의지로 만든 ‘가능성의 기록’이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여행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계속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