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8년 부산 세계 디자인 수도’ 지정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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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원 동아대 대학원 외래교수·부산국제환경예술제운영위원장

지난 7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제34회 세계 디자인 총회에서 부산이 인구 1300만 명의 중국 대도시 항저우를 제치고 2028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에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부산은 토리노, 서울, 헬싱키, 케이프타운, 멕시코시티, 발렌시아 등에 이어 전 세계 11번째 WDC가 되었다. 당시 부산시는 “WDC 지정은 도시 브랜드의 품격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새롭게 설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곧 디자인을 통해 도시재생은 물론 사회 통합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선 부산의 도시환경에 대한 점검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도시 정비 차원에서 그동안 쌓여 왔던 도시환경을 저해해 온 문제부터 풀어 나아가야할 것이다. 결국 쉽게 생각하면 큰 덩어리 중 하나는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들과 있어야만 하는 것들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마도 전자에 해당하는 것들은 원도심에 산재해 있는데, 중형 도시 건물들 안에 텅 빈 사무실을 생기 있는 도시환경을 위해 주어진 여건 하에서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게 잘 포장해 내느냐이며, 동시에 보기에도 흉칙스런 골목마다 반파되거나 완파된 옛집들을 정비하는 일이다. 어차피 처분해야 할 조건이라면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정비가 구축되고 나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반세기 이상 쌓여왔던 산업 시대의 갖가지 산물들은 이 기회에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큰 의미에서 본다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세워진 각종 선전 광고들이라던지 누더기처럼 보기 흉하게 들죽날죽 크기의 간판 등 모두가 정비 대상이 되어야 한다. 부산의 고유 경관이나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들은 잘 살려내고 결국 도시 캐릭터를 잘 살려 도시의 얼굴부터 바꿔야 한다.

21세기의 디자인 문화란 그야말로 인간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현대 디자인의 가치와 존재 이유는 몇몇 전문가 집단이나 소수의 의도로만 이루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도시의 주인공인 주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때로는 공론화를 반드시 거쳐서 실행되어야 한다. 이미 세워져 있는 대형 건물이나 고정된 조형물들은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소프트웨어적인 안목으로 얼마든지 감각적인 ‘리디자인’이 가능할 것이고 이에 따라 타 도시에 비해서 시민 쉼터 공간이나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점 역시 부산의 취약점이 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부문이다.

타 도시에 비해 부산시 당국의 공공 부지가 절대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시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환경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분야는 역시 대기 환경 개선과 수질 오염 개선 문제로 이번 기회에 과거 어느 때보다 부산시 당국과 기업체(산업 및 제조업)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고 이외에도 시민들 삶의 질 문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초점을 맞추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선진화된 국가의 도시 디자인 체계나 흐름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도시 환경을 정화해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는 시 당국이나 몇몇 전문가 그룹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가능한 시간을 두고 범시민 운동으로 전개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청소년층에서부터 청장년 시니어들까지도 여러 분야에서 모니터 요원으로 참여하게 유도하고 정기적 또는 수시적 확인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서 도시의 얼굴을 바꾸어 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 디자인 수도의 면목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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