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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기본설계 2029년 개항 로드맵 명확히 해야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올해 말까지 우선 시공분 착공과 인허가·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9년 12월 개항, 2031년 말 전체 준공이라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28일까지 가덕신공항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부지 조성 공사의 기본설계를 제출한다. 네 차례 유찰을 통해 사업 지연을 겪었던 가덕신공항 사업이 본격적인 착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턱에 선 셈이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 착공의 시작일 뿐이다. 진짜 관건은 ‘시간표’가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실행력’이다. 개항까지 남은 시간이 4년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 한순간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한 항공 인프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공항은 국토균형발전과 남부권 산업 구조 재편, 글로벌 물류망 완성을 위한 핵심적인 국가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 1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인 만큼 단순히 일정과 예산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공항이 2029년 말 개항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로드맵을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신뢰 있게 실행할 수 있느냐다. 김해공항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덕신공항 개항은 단순한 공항 신설을 넘어 남부권 항공 수요를 감당할 유일한 대안이다.
2029년 말 개항이라는 목표는 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가덕신공항 사업은 숱한 정치적 공방과 절차적 혼선 속에서 신뢰를 잃어왔다. 국책사업임에도 선거철마다 공약 소모전에 휘말렸고, 잇단 입찰 유찰과 행정 지연은 시민들의 피로감만 키웠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공단은 “2029년 개항에 차질이 없다”는 발언을 실체 있는 약속으로 바꿔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연약 지반 처리, 주민 보상 대책, 배후 교통망 구축 등 핵심 과제에 대한 단계별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책 연속성과 제도적 안정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지금은 계획보다 이행이 중요하며, 말보다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이번에 제출될 기본설계는 단순한 도면 작업이 아니다. 향후 4년 남짓한 기간 내 공항 개항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실질적 시험대다. 기술적·재정적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2029년 개항 약속은 또다시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 기본설계부터 실시설계, 착공, 건축물 건설까지 전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로드맵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와 공단은 속도를 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한 지역 SOC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지형에 직결된 중대한 프로젝트다. 최근 부산시가 대선 10대 공약 과제에 이를 포함시킨 것도 그 상징성과 중대성을 보여준다. 이제 정부와 공단은 부산 시민의 긴 기다림에 응답해야 한다. 2029년 개항은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
2025-04-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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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시·교통공사 '총체적 무능'이 싱크홀 사태 키웠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구간 현장의 상습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측구(도로 양옆 배수로) 부실을 행정기관이 10년 전부터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와 사상구청은 사상~하단선 착공 직전인 2016년부터 측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사상구청 안전도시과는 당시 사상~하단선 공사와 관련해 부산교통공사에 ‘기존 측구 확대, 집수정 추가 설치, 유수 방향 변경 등 침수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보냈다. 사상구청이 2015년 감전·주례동 일대에 대해 지반 상습 침수 원인을 파악하는 용역을 하면서 측구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예산상의 이유로 측구 공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관리 지침상 도시철도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공정 등의 추가 사업비 사용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부산교통공사는 ‘측구는 관할 지자체 소관이고 도시철도 공사 사업비를 측구 공사에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사상구청은 중복 공사를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두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측구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도시철도 공사가 진행되며 연이은 땅꺼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사상~하단선 구간 싱크홀 14건 중 6건의 원인이 측구 부실로 조사됐다. 상습 싱크홀은 안일한 행정이 누적돼 나타난 ‘예견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싱크홀과 관련해 연일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2일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2공구 구간에 대한 것이었다. 이달 연이어 싱크홀이 발생한 1공구와는 450m 떨어져 있고, 6개월 전 현장 조사 결과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총 14건의 싱크홀 중 1공구에서 12건이 발생했고, 2공구에서는 2건 발생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 감사 결과 부산교통공사가 시공사 공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드러났다. 하지만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종합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공사 중단 여론까지 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는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토목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보강한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오는 28일부터 사상~하단선 땅꺼짐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한다. 또 1공구 감사도 한다고 하는데, 너무도 뒤늦은 감이 있다. 시와 부산교통공사의 안일한 행정과 총체적 무능에 대한 불신을 상쇄시킬 정도로 철저하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만큼은 확실한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아 사그라지지 않는 시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시민 안전, 생명과 직결된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2025-04-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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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재판 신속하고 엄정하게 결론내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법적 판단으로 현실화한 6·3 조기대선이 공식 선거일정을 개시하기도 전에 막판 사법 변수가 다시 불거졌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전 대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한 데 이어 당일 곧바로 첫 심리를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첫 심리에서 이틀 만인 24일에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열기로 하는 등 ‘한 달 한 번 꼴 속행기일’ 관례를 깨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대법원의 이 같은 행보에 정치권은 조기대선 판까지 대법원이 흔드는 게 아니냐며 긴장 속에 추이를 관망 중이다.
대법원의 속도전은 검찰이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낸 지 하루 만인 지난 22일 주심을 배당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측이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찌감치 공직선거법 판결에 대해 1심은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선고를 하라는 규정을 강조한 바 있었기에 이 전 대표의 최종심은 2심 선고 후 3개월이 되는 6월 26일 이전에 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했다. 특히나 이번 이 전 대표 사건은 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만큼 본인이 강조한 규정을 준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그 규정을 준수한다고 해도 대선 전 최종심 결론이 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대선 전 결론이 난다면 선거 자체에 큰 파장을 미치게 된다. 2심 결과대로 무죄가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털고 대선에 임하게 될 것이다. 반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론이 난다면 이 전 대표는 당장 대통령 후보 자격 시비에 휩싸이게 된다. 대선 전 파기환송심 판결이 물리적으로 나기 어렵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2심을 파기하면서 스스로 유죄 판결을 하는 파기자판을 하는 것도 전례가 거의 없어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대선 후까지 결론을 미룬다면 이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재판의 정지 가능성 여부 논란에 불을 붙이게 된다.
특정 사건 판결이 대통령 혹은 대통령 선거 후보의 자격을 좌우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라 대법원이 떠안은 부담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이는 법원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1심 때부터 해당 재판이 1년 4개월을 끄는 등 재판 지체가 누적돼 일상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제라도 법원의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될 결론을 선거 전 냄으로써 대통령 선택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그게 3권분립의 한 축을 떠맡은 기관의 무게다.
2025-04-2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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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자치 존립 위협하는 경남 자치단체장 사법리스크
경남도 자치단체장들의 사법리스크가 심각하다. 경남도 18개 시군 가운데 7곳이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 등 송사에 휘말렸다. 홍남표 전 창원시장은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불명예 퇴진했다. 홍 전 시장은 2022년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캠프 간부와 짜고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박종우 전 거제시장도 지난해 11월 대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잃었다. 지방선거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원 명부 제공 등을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실 관계자에게 금품 제공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두 단체장의 낙마로 인한 행정 공백과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남은 경남 단체장 중 오태완 의령군수의 입지도 위태롭다. 오 군수는 초선 말기인 2021년 6월 군청 출입 기자들과 저녁 모임을 하던 중 여성 기자를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오 군수는 법정 다툼 끝에 강제추행 사건은 벌금 1000만 원으로 마무리됐지만, 해당 사건과 관련된 무고 혐의가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천영기 통영시장, 성낙인 창녕군수, 구인모 거창군수, 김윤철 합천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아 직은 간신히 유지하게 됐다. 당선무효형은 아니지만 유죄 선고를 받아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고, 당연히 지자체 행정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7명 가운데 6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내 경선 과정에서 후보 매수, 금품 제공 관여 등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 3년 전 지방선거에서 18명의 시장과 군수를 선출했는데,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자 17명이 당선됐다. 지역의 보수세가 강하다 보니 후보자들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는 것이 곧 당선이라고 확신해 무리수를 쓰는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권력자에게 의존해 공천을 받는 것처럼, 유권자들보다 중앙당 권력 지형과 지역 국회의원 눈치 살피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지역 발전 비전과 정책 제시, 지역 민심과의 소통은 뒷전으로 밀린다.
자치단체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불이익은 경남도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창원시는 내년 6월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 홍 전 시장 체제에서 구상한 미래 먹거리 사업의 동력이 대거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 창원시는 제2창원국가산단 조성등 제조업의 대변화를 시도 중이다. 국비가 대거 투입되는 사업인데 정무적인 역할을 할 창원시장의 부재는 뼈아프다. 거제시도 지난 2일 재선거를 치러 변광용 시장이 뽑혔는데, 시정의 연속성 단절과 정책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자치단체장들의 사법리스크가 지방자치 기반을 흔들고 존립을 위협하는 셈이다. 지역 유권자들이 언제까지 행정 난맥상을 지켜봐야 하는가.
2025-04-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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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하단선 대형 싱크홀 부실시공 탓이라니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구간 공사 현장은 상습 싱크홀 발생 지역이다. 연약 지반에서 지하 굴착 작업을 하기 때문에 침하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점검을 하고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2023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4차례 땅꺼짐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땅구멍은 트럭 2대를 집어삼킬 정도로 초대형이어서 충격을 줬다. 사고 직후 부산시는 부산교통공사와 시 철도시설과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시공과 감독은 부실했고 일부 위법도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싱크홀이 결국은 인재였다는 것인데, 부산시민 입장에선 참담할 따름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특정 감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사상∼하단선 구간에서의 땅꺼짐은 부실시공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였다. 감사위원회는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가 건설사업관리단에 부진 공정 대책을 수립해 제출하라고 지시만 하고 대책이 수립·이행되는지 제대로 지도·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건설사업관리단은 차수 품질시험 자격이 없는 하도급업체가 시험·작성한 품질시험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공사에 굴착 공사를 진행하도록 해 결국 지하수와 토사 유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실한 공정관리가 기습적인 큰비를 만나면서 결국 초대형 싱크홀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감사 결과다.
부산교통공사는 싱크홀의 원인이 집중호우 탓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판단은 부실시공이다. 배수로 접합부 마감을 기준에 맞지 않게 시공하거나 흙막이 가시설에 안전 설비가 설치되지 않고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이러한 부적정 시공이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의 관리 소홀 탓이라고 봤다. 앞선 지난해 8월 두 건의 싱크홀 사고 뒤 이뤄진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차수 기능 저하와 빗물을 가두는 우수박스 부실이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원인이 규명된 뒤에도 제대로 된 시공 관리가 되지 않았던 점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격이다.
올 들어서 멀쩡한 도로에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 동서고가도로 교각과도 지척이어서 아찔할 지경이다. 운전자건 보행자건 불안감 때문에 이 곳을 오가기가 두렵다. 당장 사고 현장 인근의 부산새벽시상 상인들은 “마음놓고 장사할 수가 없다”며 상권 침체까지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오죽 심각했으면 공사 중단 여론까지 일고 있겠나. 싱크홀 사고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련의 사고를 우연으로 고집한 결과다. 부산시는 15일 비상대책을 발표하고 상설 전담조직(TF)을 꾸려 지반과 하수도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시민 안전, 도시 안전이 최상의 가치다. 땅꺼짐 사고를 근절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2025-04-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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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관세전쟁 직격탄 현장 중소기업 아우성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24일부터 미국 현지에서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에 따른 양국 의견 조율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번 관세전쟁이 언제, 어떤 결론을 맺을지는 현재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산 기업들은 이미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 중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21일 ‘부산 지역 대미 수출기업 관세 대응 TF 회의’를 개최한 결과 부산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현지로부터 불공정 거래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기업들은 현재 한미 통상협의 중인 데다 90일 유예 기간도 부여됐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부산 기업들은 이번 관세전쟁에 자체적으로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상의 TF 회의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계·부품, 자동차, 제약, 식료품, 전기전자, 조선·기자재, 철강, 해운·물류, 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미국 바이어로부터 단가 인하 요청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는 관세전쟁으로 미국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것과 관련, 관세 인상 부담을 가급적 현지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을 수출국 기업들에 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만큼 좌시해서는 안 된다.
부산 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관세 협상 정보를 기업들과 적극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자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은 그런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상의 설문조사에서 부산 기업들이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대미 관세, 무역 규제 등에 관한 정부 대응력 강화’를 꼽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하는 부산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 정보도 필요하다. 타국 경쟁 기업들이 더 낮은 관세 조건에서 대미 수출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전략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이런 애로사항을 즉각 해소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협의를 큰 틀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협상안과 정책에 즉시 반영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미국 현지 수입업체 등이 무리한 단가 인하 등 불공정 요구를 못 하도록 강력하게 주문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정보력 부족으로 현지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은 없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액은 61억 82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현장 중소기업들을 위한 발빠른 정책이 시급하다.
2025-04-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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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멸 위기 부산, 인구 문제 해결해 지속 가능 도시 만들자
부산 인구가 10년 뒤 300만 명 선이 붕괴된다고 한다.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인구추계결과(2022~2052년)에 따르면 부산 인구는 2035년에 299만 명으로 3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52년에는 245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초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청년 유출이라는 삼중 파고에 직면한 부산에는 가혹한 미래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부산일보사가 21일 공동 개최한 ‘2025 부산인구미래포럼’은 시의적절하다. 이 포럼은 저출생이 촉발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지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인구·교육·도시 분야 전문가들과 기업인이 모여 부산을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부산은 저출산·초고령화로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동화와 빈집이 확산하는 중이다. 부산의 빈집은 11만 4000호에 달한다. 중구,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에서 노후공동주택의 빈집 발생이 두드러졌으며 고령자 1인 가구비율도 높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 위주의 빈집 대응책으로 인해 노후공동주택 빈집에 적용 가능한 정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재정 투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빈집과 민간에서 적극 활용 가능한 빈집 등 정책 대상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차별적·전략적 대응을 강조한 부분은 새겨들을 만하다. 빈집의 도시재생사업 활용, 활용 가능한 빈집의 임대주택 제공 등도 유효한 지적이었다.
부산의 학령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올해 29만 4000만 명으로 2010년 46만 7000명에서 37%나 줄었다. 2033년에는 1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지금이 교육 체제 전환의 골든타임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초중고를 연계한 통합운영학교 확대 제안이 인상적이다. 행정과 시설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핀란드와 영국처럼 교직원 인사와 교육과정까지 단일화된 완전 통합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폐합보다 지원 중심의 소규모학교 정책,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고졸 취업 생태계 조성 제안도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하고 정착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부산은 아이들이 사라지고 빈집은 늘고 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빈집과 지역소멸 문제를 넘어설 열쇠는 결국 ‘행복한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중앙대 마강래 교수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의 욕구를 단계적으로 채워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일자리, 주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관계, 존중받는 경험 등이 충족될 때, 시민은 도시를 ‘내가 머물 이유가 있는 곳’으로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 지역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면밀한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2025-04-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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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후보, 부산 발전 10대 공약 엄중히 새겨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2단계 확장과 가덕신공항공사(가칭) 설립 등을 핵심으로 한 ‘대선 공약 과제’를 발표했다. 부산시 대선 공약에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전력반도체 파워시티 조성 등 10대 핵심 공약을 중심으로 총 3대 분야 32개 사업에 걸쳐 140조 원 규모의 미래 비전이 담겼다. 이번 대선은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곧바로 출범하는 만큼 대선 공약에 포함된 정책은 즉시 국정과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가 이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부산시가 제안한 대선 공약은 단순히 지역 개발 계획을 넘어 국가균형발전과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할 내용들이다. 특히 가덕신공항 2단계 확장은 활주로 1본 체제로는 급증하는 동남권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국제화물 노선이나 긴급 상황에도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부산시의 판단이다. 시는 조기 대선을 계기로 해당 계획을 국정 과제로 채택해 논란과 변수 없이 신속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립 등은 수년간 지역사회가 요구해 온 현안으로 지역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커지는 지금, 부산시가 제시한 과제를 대선 후보와 정당이 적극 수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글로벌허브특별법은 이미 여야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글로벌 도시 도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산은 본사 부산 이전 역시 국민 청원 5만 명을 조기 달성할 만큼,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사안이다. AI·양자기술 융합연구소 등 미래 먹거리 사업과 낙동강 하구 국가 3대 녹지 지정 같은 삶의 질 개선 과제도 주목할 만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를 부산이 선도하기 위해, 이번 공약을 반드시 대선 공약과 새 정부 국정 과제에 반영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는 각 정당과 후보에게 지역 현안을 적극 설명하고, 공약 반영을 이끌어내야 한다.
공약이 현실성 없는 장밋빛 청사진에 머물지 않으려면 철저한 사전 기획과 지역사회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다. 지금 이 공약이 왜 필요한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강한 명분과 국가적 타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한 지방 이익 사업처럼 비쳐선 또다시 밀릴 수밖에 없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실질적인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부산은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대선 공약이 단순한 지역 요구가 아닌,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리적 투자임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은 부산시의 공약을 꼼꼼히 검토해 지방을 살릴 공약으로 채택하길 바란다.
2025-04-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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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부산 설치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20일 치러진 영남권 경선 개표에 앞서 지역 공약을 공개하고 “부울경 메가시티를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해양강국론을 강조했다. 해수부와 해사법원 유치는 지역의 오랜 숙원이다. 당내 경선에서 압승 행진 중인데다 가상 대결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이 후보가 부산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솔직히 반갑다. 하지만 부산을 중심축으로 한 해양강국 청사진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해양수도이자 동북아 물류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꿔 왔다. 그러려면 해운·물류 공공 기관과 해양 대기업 본사 및 연구개발(R&D)센터가 옮겨 와야 하고, 북극항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돼야 하는 등 실현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이 후보가 해양수도의 미래상에서 열거한 과제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핵심이 빠졌다. 해양수도 비약과 북극항로 개척에는 금융과 물류의 추진력이 필요한데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규제를 풀고 혁신을 촉진시키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본사를 부산으로 바꾸는 산업은행법 개정을 시민과 상공계, 지자체가 합심해서 염원한 까닭이다.
지난 22대 총선 때 부산 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산은법 개정을 내세웠지만 당선자를 1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데다 수도권 우위 지도부 구조 탓에 당내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지난달 부산을 방문한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면담에서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부산 관심사를 비켜가려는 당내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 지역 현안에 효능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방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여야가 힘을 합쳐도 부족하다. 시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해수부 이전과 해사법원 설치 공약은 환영한다. 다만 이미 추진되거나 구상 단계에 있던 것을 나열하거나, 지지율에 다급해 내놓는 ‘깜짝 카드’가 선거 이후 흐지부지된 전례를 시민들이 잘 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 폐기가 남긴 후유증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후보는 해수부 이전 등 일련의 지역 숙원 공약으로 지지율 답보 상태인 영남의 민심을 얻으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해양수도 공약이 성공하려면 해양 물류와 금융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이다. 해양수도 청사진이 진심이라면 법안 처리까지 약속해야 한다.
2025-04-2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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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2+2 통상협의 본격화 속도 아닌 실리가 중요하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현지 시간으로 오는 24~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무역정책 책임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관세 등 양국 현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협의에 통상수장까지 포함시킨 것은 ‘무역 이슈’까지 서둘러 처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속도가 아니라 실리가 중요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상과 안보 문제를 분리한다는 ‘투 트랙’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원스톱 쇼핑’ 등 자신들의 입장 관철을 요구했다.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국 국채 투매와 증시 급락, 물가 상승, 연일 거세지는 반 트럼프 시위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한 미국은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호주·인도 등을 최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잡은 것도 성과 확보에 목 맨 미국의 다급함을 드러낸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미군 주둔비 분담을 직접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통상협의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미국이 철강 153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같은 달 관련 제품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관세가 수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인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밝혔다.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것도 우리 경제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협의는 국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6월 3일 대선으로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현 정부가 할 일은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니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국익이 중요하다. 현재 할 일은 협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대내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른 협의를 원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것은 국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미국의 속내를 잘 간파해 신중한 자세로 협의에 임해야 한다.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협상 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K조선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문제 등을 지렛대로 삼아 최선의 협상 카드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2025-04-21 [05:10]